좁은 방 이야기
- 1979년
김영주
엎드려 책을 보다 "엄마 커피?" 묻는다
문안장*이나 가야 사는 미제 맥심 커피에
설탕을 달게 떠 넣고 크림도 듬뿍 푼다
두 개의 머그컵을 한 손에 움켜잡고
내 커피 엄마 커피 맨바닥에 내려놓자
"쯧쯧쯧, 방이 좁냐아?"
혀를 끌끌 차신다
기우뚱 잔 두 개가 서로 버텨 바닥이 떴다
귀여운 우리 엄마 시크한 유머감각
엄마는 지금 내 나이
막둥이 난 스무 살
엄마랑 내가 웃던 사십 년 전 이야기다
늦둥이 나를 갖고 마흔이 서러웠다던
"너 없이 어찌 살았을꼬…."
엄마 없이
나 산다
*남문시장. 수원에 네 개의 성문이 있는데 그 성문 안에 있는 시장이라는 뜻으로 문안(門內)장이라 불렀다.
<문학청춘> 2021 가을호
'♡♡ > 발표연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쉴낙원 / 김영주 (0) | 2021.10.21 |
---|---|
고려장 -1995년 / 김영주 (0) | 2021.10.14 |
괄호 속의 존재감 / 김영주 (0) | 2021.09.25 |
0세권 / 김영주 (0) | 2021.06.27 |
물의 내력 / 김영주 (0) | 2021.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