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연시조

쉴낙원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21. 10. 21. 10:31

쉴낙원

 

김영주

 

출근길엔 안 보이고 퇴근길에 보이는

가로수에 반쯤 가려 여차하면 숨어버리는

갓길로 천천히 가야 희뜩번뜩 보이는

 

이름 한번 고즈넉해서 볼 때마다 피식 웃는

모텔 집 간판 치곤 그런대로 점잖은

무심코 지나갈 때는 잊었다가 아, 하는

 

저 작명 누가 했을까 궁금증 동하다가

어느 날 에그머니나, 깜짝 놀라 다시 보니

그 밑에 작은 글씨로 '영면을 빌겠다'는

 

쉴낙원 쉴이란 게 그 쉴이 아니었다

쉴낙원 그 깊이를 내 함부로 웃다니

쉴낙원 그 망망함을 눈물 없이 읽다니

 

그대여, 이 가벼움 마음에 두지 마소

그리라도 웃었음은 님을 위한 헌사요   

당신도 웃으며 가소 가볍게 가볍게 가소

 

 

<시조21> 2021 가을호 - 50인50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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