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낙원
김영주
출근길엔 안 보이고 퇴근길에 보이는
가로수에 반쯤 가려 여차하면 숨어버리는
갓길로 천천히 가야 희뜩번뜩 보이는
이름 한번 고즈넉해서 볼 때마다 피식 웃는
모텔 집 간판 치곤 그런대로 점잖은
무심코 지나갈 때는 잊었다가 아, 하는
저 작명 누가 했을까 궁금증 동하다가
어느 날 에그머니나, 깜짝 놀라 다시 보니
그 밑에 작은 글씨로 '영면을 빌겠다'는
쉴낙원 쉴이란 게 그 쉴이 아니었다
쉴낙원 그 깊이를 내 함부로 웃다니
쉴낙원 그 망망함을 눈물 없이 읽다니
그대여, 이 가벼움 마음에 두지 마소
그리라도 웃었음은 님을 위한 헌사요
당신도 웃으며 가소 가볍게 가볍게 가소
<시조21> 2021 가을호 - 50인50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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