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
김영주
첫 아이 낳던 그날 보호자 서명란에
또박또박 눌러쓴 당신의 이름 석 자
든든한 느티나무처럼 그 그늘 아늑했다
아이들 키우면서 부모로 익어가며
큰아들 작은아들 보호자로 사는 일도
마땅히 누려야 하는 특권으로 알았다
살면서 아웅다웅
너 먼저 가, 나 먼저 가
지지고 볶던 일이 새삼스레 서럽다
넘치는 분복인 것을 이제서야 깨닫다니
꿈에도 이런 날은 오지 않길 바랐지만
태어나면 늙는 걸
늙으면 병드는 걸
숙제를 다 마쳐야만 비로소 안식인 걸
호흡기만 저 혼자 쌔액쌕 숨을 쉰다
이저승 경계에서 얼마나 외로울까
그 고통 눈물 없이는 읽을 수가 차마 없다
감당 못 할 무거움이 사치처럼 밀려온다
살아줘 고맙단 말 혼몽에라도 듣는지…
오늘은 보호자란에 내 이름을 눌러 쓴다
<<개화30>> 2021 연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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