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

1월 / 오세영

꿍이와 엄지검지 2010. 1. 5. 18:52

1월

 

 

오세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神)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神)의 발성법(發聲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내 영혼의 현(絃)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 > 시인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도열차 / 이병률   (0) 2010.02.26
중장을 쓰지 못한 시조, 반도는 / 문무학  (0) 2010.01.05
괴목槐木은 / 유준호  (0) 2009.12.30
리필 / 이상국  (0) 2009.12.20
춤 / 김일연  (0) 2009.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