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성
박지현
누구는
길 한 복판을
점령군처럼 걸어가고
또 누군 떠밀리듯
가장자리로 밀려나고
아무도
눈여겨보지않는 봄꽃 분분한 난전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
쑥떡쑥떡 혀 굴린 소리
소리로만 눙치면
아랫목인지 변방인지
귀명창 불러들여도 감 잡을 재간 없는데
분명 오늘도
세상 한 가운데로 걸었다는
자고 나면 외나무 위
펄럭이고 있다는
자꾸만 되돌아 걷는 저녁 한 때의 몽유
나를, 지난다
박지현
내 안의 가파른 벽을 담쟁이가 오른다
바람에 허물어져 갈 길이 지워져도
멈췄다, 다시 내딛는 저 등허리가 환하다
어쩌다 발 미끄러져 꿈길을 벗어나면
탯줄의 기억 하나 가등처럼 켜들고
진물의 저 붉은 상처 푸르게 덮고 간다
꽃
박지현
햇빛 환한
골목가
플라스틱 화분 하나
달리아
수국 채송화
민들레가 덤으로 핀다
할머니
의자에 기대
하얗게 피고 있다
공지천 오리
박지현
공지천 물 위에 오리유람선 둥둥 떠 있다
뱃속에 들어앉아 발틀 돌리는 저 사람들
잔잔한 물 그늘 속에 휴일오후가 후끈하다
이따금 오리들이 유람선을 쪼아보지만
제 앞의 길 놓칠까 제 중심을 잃을까
결전의 그 날을 위해 슬금슬금 뒷걸음친다
누구를 흉내내며 대신 살아보는 일은
창자까지 비우고 바닥에 몸 붙이는 일
나 아닌 타인의 삶도 낯설긴 매한가지
<미간> 시와소금 2015
'♡♡♡ > 시인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상옥 시인의 <미켈란젤로><제물祭物><나무><별><오빠였던 나> (0) | 2016.02.06 |
---|---|
박해성 시인의 <젊은 날의 초상><귀뚜라미><꽃을 심다><한통속> (0) | 2016.02.06 |
살 많은 여자 / 이영혜 (0) | 2015.06.30 |
그들이 왔다 / 마르틴 니묄러 (0) | 2014.12.22 |
연필 / 권오삼 (0) | 2014.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