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

이상옥 시인의 <미켈란젤로><제물祭物><나무><별><오빠였던 나>

꿍이와 엄지검지 2016. 2. 6. 07:43




미켈란젤로


이상옥


   당신은 어떻게 피에타 상이나 다비드 상 같은 훌륭한

조각상을 만들 수 있었습니까 당신은 정말 위대한 예술

가에요


   아니에요 신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는 선물을 배

달하는 심마니와 다를 바 없어요 숨어 있는 산삼을 찾아

서 잔뿌리 하나도 다치지 않게 정성껏 파내듯이, 대리석

속에 숨어 있는 조각상을 정이나 쇠망치로 손상 없이 꺼

내주었을 뿐이에요

   나도 택배꾼일 뿐이에요



제물祭物


이상옥


  나는 생각한다 침대는 제단이고 나는 제물이라고


  하루 온갖 오물로 탁한 의식 밤새 말갛게 가라앉아 맑

디맑은 신새벽에 나는 가장 정결한 영혼 하늘에 바쳐져

도 좋을




나무


이상옥


나무 아래 누워

이파리들을 본다


푸르고 무성하게만 보이던 잎들

하나하나 온전한 게 없다


작은 구멍이며

바래지고 오그라든 면면


무심히 보면 온전한 것 같아도

상처투성이 몸


그래도

잠잠하다




이상옥


어머니

아직 주무시지 못하신다


아직 세상살이 서툰

아들 빤히 지켜보신다



오빠였던 나


이상옥


극히 평범한 예술관을 지녔던,

비범한 화가

박수근은 향년 51세


벌써 54세의

평범한 시인은


비범했지만 평범했던

향년 51세 이영옥의

오빠였다




<그리운 외뿔> 2011  문학세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