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초상
박해성
빨랫줄에 펄럭이는
혁명투사
체 게바라
가을볕에 잘 마른
두 팔을 휘두르며
울려고 내가 왔던가,
십팔번을 꺾으신다
귀뚜라미
박해성
내가 버린 남자 있다
한 철 사랑에 운다
불 꺼진 창가에서
껍질만 매달려 운다
그믐달 삭은 관절에
숨어 운다,
나도 운다
꽃을 심다
박해성
꽃나무 한 그루 산다
심을 땅도 없는 내가
미풍에도 꽃내가 백리 간다 백리향이고
천리쯤 향기롭더라, 천리향이라 부르는
천리만리 간다 해도 구천에 닿겠냐만
잠 깊은 울엄니 꽃소식에 깨시려나
그 뿌리 가슴에 심고
꽃필 날 기다릴래
한통속
박해성
이파리 다 얼어 죽은 화분을 비워내다
실낱같은 숨결에 나도 몰래 손길 멈칫
누군가
살아있음이야,
두근두근 살피는 흙에
슬관절 툭 불거진 묵은 뿌리에 매달려
오물오물 젖을 빠는 세상에, 고 말간 젖니
한 통 속
시작과 끝이
한통속으로 얽혀있네
<루머처럼, 유머처럼> 현대시학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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