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의 시조산책

[스크랩] <현대시조 100인선 001> 신필영 시인의『정월인수봉』

꿍이와 엄지검지 2018. 2. 28. 16:21



 

신필영

 

가끔, 소는 목을 돌려

제 꼬리에 입 맞춘다

 

꼬리 또한 마침맞게

입을 슬쩍 쓸어준다

 

너 있어 내가 산다며

서로에게 경배하듯

 

 

번개

 

신필영

 

누가

깊은 어둠

플래시를 터뜨리나

 

걸어 잠근

문 안까지

속수무책 촬영된다

 

네 눈물

훔쳐온 죄도

꽃밭처럼

드러날라

 

 

꽃, 분신

 

신필영

 

지는 것

두려워서

피지 않는 꽃은 없다

 

촉수를 세워 타는

저 한 번의 완전연소

 

바친다

직설의 화법

제단 위에 환한 몸

 

 

가을비

 

신필영

 

스미듯

서늘하게

어깨를 짚는 손길

 

철 다 든

아우 같은

젖은 산을 앉혀놓고

 

철부지

중년은 와병 중

링거주사 맞고 있다

 

출근

 

신필영

 

  찰칵, 등 뒤에서 다시 문이 잠긴다.  덜 깬 잠 비벼 끄는

족문도 다급하게 미로를 기웃거리는 버튼 몇 개, 계단 몇

 


 

시인의 말


극장 문을 나온 뒤에도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 속 명장면 처럼,

누군가의 가슴 깊이 잊히지 않는 감동으로 남을 작품이 얼마나 될까 싶어서

선집을 낸다는 소식이 잠시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이미 내 몫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독자들의

밝은 눈길 앞에 꾸밈없는 나를 내놓기로 했습니다.

출판사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2016년 8월

                                                              신필영

 

 

 

                    

   

출처 : 신춘문예공모나라
글쓴이 : 김 영 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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