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의 시조산책

[스크랩] <현대시조 100인선 002> 김민정 시인의『모래울음을 찾아』

꿍이와 엄지검지 2018. 2. 28. 16:21

 

 

 

모래울음을 찾아

 

김민정

 

돈황 명사산鳴沙山

모여사는 바람 있다

 

잔양殘陽이 능선 위로

저미듯 스며들 때

 

발자국 남기지 않는

길목을 따라 간다

 

아랫녘은 푹푹 빠져

발목이 다 잠겨도

 

바람이 다져놓은

언덕으로 오를수록

 

단단한 울음의 뼈가

문양으로 드러난다

 

 

이력을 헹구며

 

김민정

 

을미도 해변가에

돌밭을 더듬다가

낙지가 물고 있어

질려 있는 돌을 본다

심장이

뛰고 있는 소리

견뎌온 돌의 시간

 

 

어떤 실직

-풍경 '98

 

김민정

 

선술집

유리창에

희미하게 번져나는

질펀한

생의 우수

무너지는 한숨 소리

찢겨진

한 자락 삶을

저 사내는 우는구나

 

과육처럼

달콤했던

한 때의 꿈이었나

갈 곳 없는

시간들을

줍고 있는 어떤 실직

아득한 절망 한 잔을

쓰디쓰게 마시는

 

 

웃음 다이어트

 

김민정

 

오관이 짜릿하게

팝콘처럼 뻥, 터지는

 

바쁜 걸음 멈춰 놓고

가벼이 건너시라

 

군살은

다 빠진 웃음,

불순물 이제 없는!

 

 

연어처럼

 

김민정

 

구만리 대장정길 연어의 푸른 질주

모천으로 가는 길은 치솟는 파도의 갈기

오십천 두고 온 물길,

아득하다

아직은

 

심포리

기찻길 옆

아버지 산소에는

지금쯤 낙엽송이 한겨울로 기울 텐데

사랑엔 이유가 없듯 피 흘리며 닿고 싶다

 

 

   ▪시인의 말

      이번 선집은 『나, 여기에 눈을 뜨네』,『지상의 꿈』,『사랑하고 싶던 날』,

『영동선의 긴 봄날』, 『백악기 붉은 기침』에서 눈길을 잡는 몇 편씩을 골랐음을 밝힌다.

 

시조의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삼라만상이 고맙기 그지없다.  좀 더 넓고 깊게 사랑하리라!

 

우리 함께 떠나자, 모래울음을 찾아!

'바람이 다져놓은/언덕으로 오를수록/단단한 울음의 뼈가 문양으로 드러'날 때까지...

 

 

2016년 8월

김민정

 

 

 

 

 

 

 

 

 

 

 

출처 : 신춘문예공모나라
글쓴이 : 김 영 주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