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시조
조병화 시인은 여러 문학 장르 가운데 시를 선택한 이유로 시의 경제성을 들었습니다. 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선생은 쉬는 시간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짧은 시간에 눈에 넣을 수 있고 가슴에 담을 수 있는 문학인 '시'를 만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시인이 되기로 작정했다고 합니다. 산문이 축적의 원리를 따른다면 시는 압축의 원리를 따릅니다. 곧 시는 순간의 장르라는 말이며 순간의 장르라는 것은 시가 짧아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세상은 바삐 돌아가고 시집 읽을 시간은 없는데 하물며 시는 길어서 독자에게 인내심을 요구하거나 게다가 난해해서 암호를 푸는 것처럼 시가 어렵기 까지 하다면... 요즘 젊은 시인들은 짧은 글귀로 공감을 자아내는 '손바닥 시'라는 이름으로 SNS 시대의 시를 주도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해 가고 있습니다. 시조는 두 수, 세 수 짜리 연시조라 해도 길어야 여섯 줄, 아홉 줄 시에 비유할 수 있으니 결코 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또한 하이쿠나 쏘네트 등의 형식이 엄격한 외국의 정형시에 비해 우리의 시조는 그 정형을 음수율보다는 음보율에 두고 있어 형식면에서도 융통성을 보이는데, 이 좋은 형식을 가지고도 연작이 반복되면 같은 리듬의 반복으로 인해 얻어지는 단조로움이나 지루함을 음독(音讀)시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시는 압축이고 응축이고 긴축이며 시조는 더욱 그러하고 단시조는 더더욱 그러해야합니다.
시조 고유의 풍미와 촌철살인의 묘미를 살릴 수 있는 수단으로 단시조가 적격이라고 하는데 단시조가 연작의 시조를 쓸 때보다는 시적 긴장을 팽팽하게 유지할 수 있고 초, 중장이라는 징검다리를 건너오는 동안 이미지나 메시지가 증폭되어 종장이 안겨다 줄 감동의 폭발력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시조의 본령이 평시조 한 수로 된 단시조'라고 하는 연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짧은 단시조 한 수에도 기(초장), 승, 전(중장), 결(종장)이 들어갑니다.
종장이 갖는 율격이나 구비치는 반전의 가락도 단수였을 때 더 제 맛이 납니다.
단시조를 소품으로 쓸 경우가 아니라면 단시조 쓰기는 결코 쉽지 않은 것입니다.
고시조에서의 단시조의 위엄은 대단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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