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의 시조산책

'퍼뜩 차창으로 스쳐가는 인정'처럼

꿍이와 엄지검지 2018. 3. 9. 13:09

 

 

'퍼뜩 차창으로 스쳐가는 인정'처럼

 

김영주

 

장순하 시인의 <고무신>입니다.

 

고무신

 

장순하

 

눈보라 비껴 나는

 

퍼뜩 차창으로 스쳐가는 인정아!

 

외딴집 섬돌에 놓인

 

 

하나

세 켤레

 

 


 

1920년대의 시인이 이렇게 시조를 썼습니다.

 

어려운 말 하나 없이 구투(舊套)라고는 느낄 수 없는 아주 어여쁜 시조입니다.

 

 

당시, 이 새로운 시도가 몰고 왔을 파장을 안 보아도 짐작할 만합니다.

장르 중에서도 완고한 '시조'였기 때문에 더 그러했을 것입니다.

 

 

글자의 굵기와 크기로 신발의 사이즈도 그렸습니다.

아빠와 엄마 고무신 사이에 놓인 앙증스런 아기 고무신.

 

 

전- 군- 가- 도- 에 (-)를 넣어

스쳐 지나가는 차창 밖 풍경이 생동감 있게 그려짐과 동시에

부족한 음량도 충당했습니다.

 

 

이걸 시조로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저도 시조를 쓰고 알았으니까요.

그러나 그런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형시와 자유시, 시를 감상하는 독자가 굳이 구분해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다가가면 될 뿐,

 

 

시조는 시조를 쓰는 사람이 지킬 것을 지켜 쓰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