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보는 나의 시

그 아침의 비밀

꿍이와 엄지검지 2021. 3. 29. 15:55

그 아침의 비밀 

 

김영주

 

잠이 덜 깬 새벽녘 유리컵을 닦다가

살과 살이 부딪치며 비명을 내지른다

순간을 놓아버린 손

바르르 떨고 있다

 

날 선 살점들이 가슴에 와 박힌다

함께 한 시간들이 거품처럼 사라진다

환상을 담았던 것들

꿈이었던 것들이

 

잃어버린 아픔은 그러모은 시간이다

시간 속에 붙들어 둔 은밀한 욕망이다

물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이 아침

 

버리고 못버리는 미련조차 짐이다

가벼운 아주 가벼운 비밀하나 가져갈 뿐

살면서 손바닥 위에

건져 놓은 손금 하나

 

<중앙시조백일장> 2009년 10월 장원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