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미
-사랑의 이름으로
김영주
베란다 귀퉁이에 한 여자 앉아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녀의 등 무겁다
꼭 끼는 코르셋화분에 틀어넣은 하반신
피돌기가 멈춘 듯 여자 숨을 늘킨다
이렇게 살기를 나 원하지 않았다고
도대체 너는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고
계절은 의미 없이 저 혼자 오고 갔다
하이포넥스*, 마감프K*가
눈을 틔우고
잎을 달았다
무겁다 나를 얽어맨
이 사랑이
무겁다
베란다 한 귀퉁이에 그 여자 지고 있다
갈라진 등걸 위로 끼얹은 물 겉돈다
옥죄어 벗지 못하는 생이 하나 앉아 있다
* 하이포넥스, 마감프K - 분재에 주는 비료.
- <<열린시학>> 2011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