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연시조

올가미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11. 9. 8. 09:17

 

 

 

올가미

-사랑의 이름으로

 

                                    김영주

 

베란다 귀퉁이에 한 여자 앉아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녀의 등 무겁다

꼭 끼는 코르셋화분에 틀어넣은 하반신

 

                                    피돌기가 멈춘 듯 여자 숨을 늘킨다

이렇게 살기를 나 원하지 않았다고

도대체 너는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고

 

                                    계절은 의미 없이 저 혼자 오고 갔다

하이포넥스*, 마감프K*가

눈을 틔우고

잎을 달았다

무겁다 나를 얽어맨

이 사랑이

무겁다

 

베란다 한 귀퉁이에 그 여자 지고 있다

갈라진 등걸 위로 끼얹은 물 겉돈다

옥죄어 벗지 못하는 생이 하나 앉아 있다

 

 

* 하이포넥스, 마감프K - 분재에 주는 비료.

 

 

- <<열린시학>> 2011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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