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에 / 김영주 별이 빛나는 밤에 김영주 저녁도 한참 지난 공원 앞 포장마차 종이할머니 유모차 끌고 “국물 좀 주우” 하신다 주인은 두꺼운 손으로 별떡 달떡 담아준다 허기 면한 주름진 손 괴춤을 더듬는다 “어머니, 아까 주셨어요” 파만 송송 써는 남자 폐지 위 빈 상자 속으로 별빛 내려 앉는 밤 이미지북 2012, 고요아침 2016 ♡♡/발표연시조 2021.01.26
공부 / 김영주 (정용국 시인의 리뷰 <<좋은시조>> 계간평) 지구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이래로 불공정의 역사는 필연이었다. 우선 인간은 자신의 목숨과 편리를 위하여 자연을 훼손해야 했고 또한 인간들 사이에서도 경쟁으로 인해 발생하게 된 다툼은 그 역사가 깊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영원히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생즉시고(生卽是苦)라는 등짐은 생명체가 삶을 마감하는 날까지 걸머지고 가야 하는 숙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간은 이 길고 험난한 도정에서도 위대한 문명과 예술을 이루었다. 이는 삶을 단지 고해라고 쉽게 치부하지 않았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결국 인간이 창조한 문명과 예술은 어쩌면 삶의 걸림돌들을 이겨내기 위한 끝없는 도전이었으며 새로운 감정의 분출구 역할을 해왔다고 보여진다. 엄혹한 현샐에서도 시인들은 고통의 심저로 내려가 슬픔과 고뇌의 속.. ♡♡/발표연시조 2021.01.05
왜가리 / 김영주 왜가리 김영주 대나무숲 꼭대기에 둥지는 왜 틀었을까 뙤약볕 등에 지고 폭염을 견디는 어미 바람은 미동도 않는데 꼬무락대는 새끼들 2020 연간지 ♡♡/발표단시조 2020.07.29
개구리왈. / 김영주 개구리왈, 김영주 항아리 곰팡이를 전세계에 퍼뜨려서 개구리 수십 종이 멸종됐다는 소식이다 착하게 산 줄 알았는데 아주 못된 놈이었다 개구리 억울하다 억울억울 울어댄다 개구리가 제 발로 배를 탔나 비행기를 탔나 잘못은 인간이 저지르고 죄없는 개구리탓 <시조정신> 2019 추동.. ♡♡/발표연시조 2019.11.04
부끄럽다, 손맛 / 김영주 http://www.poetnews.kr/7279 출판 ㅣ 문단소식 ㅣ 행사부끄럽다 외1편 /김영주 ▲ © 시인뉴스 포엠 부끄럽다 김영주 시인이란 허울 쓰고 시 아닌 시를 쓴다 남의 삶 내 삶인 양 이름 밑에 부려놓고 아픈 척 상처 받은 척 거짓눈물도 쏟아보고 쫓아가면 달아나고 미워하면 닮아가고 예술은 실패자.. ♡♡/발표연시조 2019.11.03
부끄럽다 / 김영주 부끄럽다 김영주 시인이란 허울 쓰고 시도 못되는 시를 쓴다 남의 삶 내 삶인 양 이름 밑에 부려놓고 아픈 척 상처 받은 척 거짓눈물도 쏟아보고 쫓아가면 달아나고 미워하면 닮아가고 예술은 실패자의 협잡이고 사기*라는데 어디쯤 나 서 있는 걸까 문득 낯이 뜨겁다 *이승훈의 시에서 .. ♡♡/발표연시조 2019.10.30
편도(片道) / 김영주 편도(片道) 김 영 주 고등동집 앞마당 수수꽃다리 그늘 아래 비바람에 삭아져 다리 저는 평상에 앉아 누구를 기다리실까 먼 산 보는 어머니 뜰을 지나 담장 너머 그 너머 그 어디쯤 벗 없이 걸어가실 적적한 길 보이는지 갈 길이 믿기지 않아 아무래도 믿기지 않아 청마루에 엎디어 걸레질.. ♡♡/발표연시조 2019.10.17
그 여자의 가을 / 김영주 그 여자의 가을 김영주 인적 드문 차로에 시커먼 비닐봉지 들여다보나 마나 그 속 텅 비었을 텐데 상처 난 길짐승처럼 살아있다 꿈틀댄다 보이지도 잡히지도 버려지지도 않는 것을 저랑은 상관없이 끌어안고 살아가는 그 여자 가을 앞에서 갈 곳 몰라 망연하다 산 것과 아닌 것의 경계가 .. ♡♡/발표연시조 2019.09.09
상사(相思) / 김영주 상사(相思) 김영주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천리라는 참말 같은 그 거짓말 참말로 못 믿겠네 보냈다 생각했는데 비문처럼 어리는 너 눈뜨면 지워졌다 눈감으면 다시오는 가슴 깊이 묻어둔 시들지않는 네 생각 넝쿨손 뻗고 또 뻗어 내 속 온통 울울창창 물주는 이 없어도 기억은 자라나서 .. ♡♡/발표연시조 2019.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