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지성찬 시인의 <고구마, 모두 썩었어요> 고구마, 모두 썩었어요 지성찬 썩은 부위 골라내어 칼로 도려내니 그나마 성한 부분은 반의반도 아니 되네 청문회 텔레비전 화면을 끄고 싶어진다 - <<인생의 지피에스>> 책만드는집 ♡♡♡/시인의 시 2014.04.21
[스크랩] 고정국 시인의 <밤의 정형시> 밤의 정형시 고정국 선한 자의 울음소리가 풀숲에서 들려온다 마지막 가는 여름에 미처 쓰지 못한 시를 "또르르" 귀뚜라미가 정형률로 운단다 귀로 보고 눈으로 듣는 병든 세상의 소식들을 저들도 이 탓 저 탓 밤 노래로 시름을 풀며 어젯밤 불렀던 노래를 다시 꺼내 부른다 풀벌레 시작.. ♡♡♡/시인의 시 2014.04.21
[스크랩] 강경화 시인의 <울컥 만나다> 울컥 만나다 강경화 돌솥비빔밥 먹는 동안 부고를 접하고도 딱딱하게 눌러 붙은 밥알들을 긁어 댔다 떼어도, 잘 떨어지지 않는, 엉겨붙은 지독한 삶 - <<사람이 사람을 견디게 한다>> 고요아침 ♡♡♡/시인의 시 2014.04.21
기운 어깨 / 손증호 기운 어깨 손증호 중심 잡고 산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나 몰래 한쪽으로 기우뚱 기운 어깨 비뚠 몸 바로잡으려 발뒤축에다 힘을 준다 <<시조21>> 2014 봄호 ♡♡♡/시인의 시 2014.03.12
달 / 박기섭 달 박기섭 무얼 보느냐는 네 물음에 으응, 달 암 것도 모르면서 저 혼자 환한, 달 키 낮은 뽕나무 가지 볼기를 턱 까붙인, 달 달은 왜 보느냐는 네 물음에 으응, 그냥 그냥 못 들은 척 가지를 떠나는, 달 그래, 달 너는 좋겠다 그냥 떠나면 되고 <<달의 門下>> 작가, 2010 ♡♡♡/시인의 시 2014.02.24
노숙 / 김사인 노숙 김사인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를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 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 ♡♡♡/시인의 시 2014.02.07
내가 뽑은 애송시조 이병기 비 짐을 매어 놓고 떠나려 하시는 이날 어두운 새벽부터 시름없이 내리는 비 내일도 내리오소서 연일 두고 오소서 부디 머나먼 길 떠나지 마오시라 날이 저물도록 시름없이 내리는 비 저으기 말리는 정은 나보다도 더 하오 잡았던 그 소매를 뿌리치고 떠나신다 갑자기 꿈을 깨니 .. ♡♡♡/시인의 시 2013.12.27
내 귀는 늘 / 우은숙 내 귀는 늘 우은숙 몸 버리고 온통 귀로 살아 온 마이산 탑사의 빼곡한 밀어들을 찾아내 언 하늘 징 치자마자 파랗게 터진다 하고픈 말 하도 많아 묵언으로 버티다 천둥칠 때 하늘로 솟아오른 백비처럼 온 세상 소리 담아낸 마이산은 귀가 크다 내 귀는 작고 작아 마음도 늘 빈집이다 애써.. ♡♡♡/시인의 시 2013.12.05
맨발 / 문태준 맨발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 ♡♡♡/시인의 시 2013.10.11
꽃도둑 / 강현덕 꽃도둑 강현덕 소나기가 막 지났다 까치가 뒤쫓아 갔다 황토 묻은 분꽃 꽃대만 남아 있다 오늘 핀 새 꽃잎들을 다 집어가 버렸다 꽃대에 맴돌던 흰 나비 한 마리가 황망히 돌아서다 날 본다 다 안다는 듯 젊은 날 내 연한 살들 내가 다 훔친 것을 <<첫눈 가루분 1호>> 동학사 2013 ♡♡♡/시인의 시 2013.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