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뚤귀뚤 / 이원식 귀뚤귀뚤 이원식 오늘도 참 많이 울었다 풀에게 미안하다 이 계절 다 가기 전에 벗어둘 내 그림자 한 모금 이슬이 차다 문득 씹히는 내생來生의 별 <<비둘기 모네>> 2013 황금알 ♡♡♡/시인의 시 2013.08.26
겨울 뿌리 / 홍성운 겨울 뿌리 홍성운 작약 한 무더기 꽃피웠던 자리에 쓰다만 시처럼 마른 줄기 놓여 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겨울은 지나간다 하지만 너테진 흙, 한 삽을 뜨고 보라 뿌리는 겨우내 잠을 잔 게 아니다 목빛이 붉어지도록 봄의 길목 지켜 섰다 따져보면 인생사도 뿌리를 키우는 일 혈족의 수.. ♡♡♡/시인의 시 2013.08.26
초생달 - 동생 / 이종암 초생달 - 동생 이종암 대구 가서 일곱 살 조카와 목욕탕엘 갔다 지 아비를 꼭 빼닮은 아이 맨살이 닿는 이 자리로 네가 건너오면 어떨까 어릴 적, 나 때문에 왼쪽 팔뚝에 초생달 모양으로 새겨진 네 상처 자국 환하게만 보여서 맨살의 아이 몸을 꼭 껴안는다 아버지 보고 싶냐, 원석아 예, .. ♡♡♡/시인의 시 2013.08.26
가을 시화호 / 이지연 가을 시화호 이지연 사람아 갈대가 하마 가을을 지우고 있다 이 한 철 가기 전에 예 한 번 와 보아라 갈바람 들숨 날숨에 삶과 죽음 보느니. 한 물결 일어나면 한 물결 쓰러지고 물새는 한가로이 전율을 타고 있네 여기는 아버지의 바다, 몸살 앓는 낙일 하나. <<무상초 스치는 바람>&.. ♡♡♡/시인의 시 2013.08.26
비오는 날의 신문 / 문무학 비오는 날의 신문 문무학 비 오는 날에는 신문도 옷을 입는다 속살 얼비치는 투명의 원피스를 누군가 그 안에 서서 '나라 사랑' 소리친다. 걸친 옷 쫘악 벗길라치면 아! 글쎄 잡은 손 거부하며 완강하게 버틴다 비쯤은 맞아도 좋을 그 얼굴은 웃고 있고…… 벗겨보면 흠집 많은 몸뚱이 그 .. ♡♡♡/시인의 시 2013.07.29
노을의 귀가 ‧ 2 / 이송희 노을의 귀가 ‧ 2 이송희 어느덧 당신이 산등성이를 넘었네요 먹구름이 먼저 와 밥상에 앉았네요 배고픈 그리움에 나는 늘 젖지요 렌지에 바짝 굽다가 태워버린 시간들 마음이 다 누르도록 그리움을 젓다가 그을린 자국을 지우려 애를 많이 썼지요 여든의 밥상머리에 독백은 더 깊어.. ♡♡♡/시인의 시 2013.07.29
갈등(葛騰) / 이승은 갈등(葛騰) 이승은 내린 뿌리 한 곳인데 부여잡는 손이 달라 내가 칡넝쿨이면 그대는 등줄기라 내도록 천둥번개 치던 날에 뒤틀린 채 잘려나간 그 넝쿨을 만나거든 한번 엮어보시게나 세상 에 가장 단단한 동아줄이 또 우리니 - <<시조세계>> 2013 봄호 ♡♡♡/시인의 시 2013.07.29
거울 속 거미줄 / 정용화 거울 속 거미줄 정 용 화 덕천마을 재개발 지역 반쯤 해체된 빈집 시멘트벽에 걸린 깨진 거울 속으로 하늘이 세들어 있다 무너지려는 집을 얼마나 힘껏 모아쥐고 있었으면 거울 가득 저렇게 무수한 실금으로 짜여진 거미줄을 만들어 놓았을까 구름은 가던 길을 잃고 잠시 걸려들고 새들.. ♡♡♡/시인의 시 2013.05.03
상처는 힘이 세다 / 안차애 상처는 힘이 세다 안 차 애 괴산 외사리 산막이 옛길 호수 가에서 신갈나무 연리지를 보았다 두 나무가 키 중간 둥치쯤에서 하나로 붙어있다 오른 나무의 옆구리 게와 왼 나무의 어깨 죽지 게가 제 각각의 상처를 중심으로 한 몸이 되어있다 깊게 헐은 옆구리의 비명소리 들린다 꺾인 어.. ♡♡♡/시인의 시 2013.05.03
봄, 무량사 / 김경미 봄, 무량사 김경미 무량사 가자시네 이제 스물몇살의 기타소리 같은 남자 무엇이든 약속할 수 있어 무엇이든 깨도 좋을 나이 겨자같이 싱싱한 처녀들의 봄에 십년도 더 산 늙은 여자에게 무량사 가자시네 거기 가면 비로소 헤아릴 수 있는 게 있다며 늙은 여자 소녀처럼 벚꽃나무를 헤아.. ♡♡♡/시인의 시 2013.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