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철 시인의 시집 <<터무니 있다>> "셔?" 오승철 솥뚜껑 손잡이 같네 오름 위에 돋은 무덤 노루귀 너도바람꽃 얼음새꽃 까치무릇 솥뚜껑 여닫는 사이 쇳물 끓는 봄이 오네 그런 봄 그런 오후 바람 안 나면 사람이랴 장다리꽃 담 넘어 수작하는 어느 올레 지나다 바람결에도 슬쩍 한 번 묻는 말 "셔?" 그러네 제주에선 소리보.. ♡♡♡/시인의 시집 2018.12.21
정평림 시인의 시집 <<유빙의 바다>> 간이 목욕탕 정평림 소여물 가마솥에 물 한 지게 불 지피나 맨 알몸 땟국 위로 불기 치던 어머니 손 까치설 지새고 난 뒤 키 한 뼘씩 훌쩍 컸네 초파리 정평림 타고난 죄 밝힐 줄 몰라 숨어 사는 달인達人인가 짧은 생애, 긴 죄목으로 관을 쪼갠 부관참시剖棺斬屍 한 우주 생명과학이 칠성.. ♡♡♡/시인의 시집 2018.12.20
박명숙 시인의 시집 <<그늘의 문장>> 쪽잠 박명숙 쪽잠을 자는 것은 쪽삶을 사는 것 잠이 자꾸 쪼개지면 삶도 그리 쪼개지나 살얼음 건너는 하룻밤을 잠자리마다 금이 가나 서너 시간 죽었다가 서너 시간 깨어보면 들고나는 잔 목숨이 처마를 잇대는 듯 절반쯤 열린 창문이 반쪽 달을 물고 있다 소한 대낮 박명숙 냇물은 배를.. ♡♡♡/시인의 시집 2018.12.20
공화순 시인의 시집 <<모퉁이에서 놓친 분홍>> 꽃게를 손질하며 공화순 꽃게를 손질하며 독해지는 나를 본다 집게발 무섭다고 냉동 게만 찾던 손이 치켜든 집게발을 끊어 공격을 봉쇄하고 필사의 몸부림을 해체하는 25년차 주부 등껍질을 떼어내고 헐떡이는 속살에 불현듯 비감에 젖는 스산한 봄날 저녁 산 게가 맛있다며 생생함에 솔.. ♡♡♡/시인의 시집 2018.12.20
장영심 시인의 시집 <<자작자작 익는 겨울>> 외갓집 장영심 담장 호박 넝쿨이 서너 송이 꽃을 물고 외갓집 초저녁의 별자리처럼 건너간다 텃밭과 마당의 경계 말끔히 지워진다 연못에 가라앉은 그림자 건지려는 듯 고양이 한 마리가 앞발 슬쩍 내민다 웅크린 파문 몇 장이 활처럼 팽팽해진다 목탁 장영심 이꼴 저꼴 안 본다고 사람 .. ♡♡♡/시인의 시집 2018.12.20
장영춘 시인의 시집 <<단애에 걸다>> 사람을 찾습니다 장영춘 벚꽃이 터질 때쯤 계절병 또 도진다 참고 산다는 게 스무 해가 지났는데 오늘은 꽃에 홀리듯 무작정 진해로 왔다 사진 속 그 자리, 내가 다시 서 본다 꽃 범벅 가지에도 땅에 진 꽃잎에도 하르르 네가 웃는다, 난분분 웃고 있다 진해에서 하동으로 화개장터 섬진강.. ♡♡♡/시인의 시집 2018.12.20
윤현자 시인의 시집 <<광어면 어떻고 도다리면 어떠랴>> 맥주 캔 윤현자 그럴 줄 알았다니까 입 꽉 다물었다고 뼛속 가득 부글부글 끓는 울문 사그라질까 한순간 탁 터지고 만 쉰 일곱 그 아지매. 염좌捻挫 윤현자 헛디뎌 비틀린 게 어디 한두 번이랴 삐걱대고 시큰대는 관절마다 이유를 달아 더러는 위안의 눈길 안쓰럽게 보태보지만. 자꾸만 .. ♡♡♡/시인의 시집 2018.12.20
고등동집과 수원역 / 김영주 계간 <<수원사랑>> 2018 겨울호 고등동집과 수원역 김영주 / 시인(운천고등학교 사서) 돌아오고 싶어 떠난 내 고향 수원 수인선을 자주 탔다. 내 속 어디쯤에 역마살이 숨었는지 나는 꿈에라도 고향집을 벗어나 어딘가에 살고 싶었다. 그 꿈에 일조를 가한 공신이 수원역이다. 수원.. ♡♡♡/With U 2018.12.18
교만하고 인색하면 안 된다 / 박석무 제 1025 회 교만하고 인색하면 안 된다 『논어』를 읽어보면 공자께서 사모하고 숭배하면서 따르려 했던 사람이 세 분입니다. 요(堯)와 순(舜)이 최고라면 요순과 똑같이 여겼던 사람이 주공(周公)이었습니다. 오죽했으면 평천하(平天下)의 꿈에 부풀어 천하를 경륜하려던 젊은 시절에는 .. ♡♡♡/With U 2018.08.20
이번에는 목적어가 없네 / 강명관(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제 507 호 이번에는 목적어가 없네 강 명 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오늘은 자유한국당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그런데 정치 이야기는 아니니 안심하시기 바란다. 괜히 정치 이야기를 꺼냈다가 나와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분들의 나무람이 있을까 봐 미리 해 두는 이야기다. 이건 자유한.. ♡♡♡/With U 2018.07.20